가을편지 / 내 마음의 풍금
책갈피에 넣어둔 노란 은행잎
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
수줍은 가슴에 물이 되어 흐르고
새파란 잎새 사이로 스미는 향은
깃들던 언덕에 남 심을 흩트리고
잎에 써 내려간 눈물의 시는 마르지 않는데
주렁주렁 매달린 포도송이 잠들 때면
고추잠자리 힘을 빌어 훨훨 날아
잊힌 그리움 눈물 되어 살아 숨 쉬고
못내 아쉬웠던 향은 추위에 움츠려
바람에 봄을 던져 날아가는데
그리워 잊지 못하는 편지를 내게 전해다오